안녕, 씩씩하네, 무겁지 않니?… – 빈말신공

교사가 되어 가장 많이 늘어나는 것 중에 하나가 ‘빈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복도를 오가면서, 교실에서 ‘눈’이 마주치면,

 

“오늘은 키가 더 자랐네? 골고루 먹어서 그런가?”

“이놈, 어제 늦잠 잤지? 다크 서클이 턱까지 내려왔구나.”

“웃으면서 다녀봐~ 넌 웃는 게 훨씬 이뻐.”

 

이런 ‘가벼운 인사말’이나 ‘친밀한 빈말’은 여러 이로운 점이 있습니다. 그냥 슥 지나가면서 관찰한 것을 한마디 툭 던지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습관이 생겼음을 의미하고, 아이들은 이런 작은 부분의 접촉을 통해 교감을 형성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사실, 아이들에게만 통하는 건 아니죠.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딴 생각하던 친구들도 이렇게 형성된 깜 덕분에 친밀도가 높아져 더 집중하고 열심히 참여하는 경우도 많고, 집안 일로 마음이 어지러운 친구는 교사의 한마디에 마음을 잡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대놓고 무릎 맞대고 앉아서, “너 어제 밤에 늦게 잤니?”하면 어느 누구도 마음 편히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진 한 마디는 당사자 이외의 다른 아이들이 주워 먹기도 합니다. 꽤 자주 주워 먹습니다. 곧바로 이런 말이 들려오죠.

 

“선생님! 철수 어제 새벽까지 LOL(온라인게임) 했대요.”

“음, 그걸 네가 어찌 알고 있누~~?”

“쟤도 했어요! 쟤네들 맨날 PC방 가요.”

“맨날 아니거든!”

“내가 어제 학원가는 길에 3반에 철수랑 가는 것 봤다니까.”

 

철수는 밤늦게까지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집에서 게임을 말릴 부모님의 역할이 필요하거나 이런저런 사정들이 있겠고, 같이 즐기는 녀석은 누구고, PC방에 다니고, 3반 철수도 함께 어울리고… 이런 소중한 정보는 아이를 위해서만 사용되어야겠죠?

칭찬 포인트를 주겠어요. – 적절한지 고민하기

“잘한 모둠은 칭찬 포인트를 주겠어요!” 하며 또다시 조건을 붙입니다.

아직 시작하기 전이지만, 독려하고 더 노력하자는 의미에서 여러 포인트 제도를 사용하게 됩니다만, 목표는 나와 모둠이 무언가를 탐구하고 알게 되어 성취를 느끼는 것이 보상이지, 스티커가 보상은 아닙니다.

물론, 학년과 학급의 분위기에 따라 잘 먹혀들기도 합니다만, 학생으로서 탐구하고 공부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인지라 ‘상’을 받을 만한 훌륭한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포인트’ 제도는 어느 정도 개수가 쌓인 후에 더 자극적인 보상이 없다거나, 다른 친구나 모둠과 경쟁하다가 ‘넘사벽’을 만나게 되면 그 효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자기의 노력을 나타내는 형태의 그래프는 괜찮아 보입니다. 자신의 상태를 표시하면서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고, 단계를 마치면 스스로 하나씩 그래프를 채워나가는 것입니다. 독서나무(독서), 튼튼이나무(줄넘기), 지혜의나무(과제), 탐구나무(관찰일기) 같은 활동이 하나하나 완성될 때, 스스로 열매를 붙이도록 하는 자기 평가형 포인트가 더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만약, ~하지 않으면… – 교사의 나쁜습관

가끔 한 마디로 끝냈을 말을 두 마디로 늘렸다가 손해를 보게되는 말이 있습니다. ‘조건’을 다는 말입니다.

 

“철수는 내일도 준비물 가져오지 않으면, 다시 집으로 보낼거야!“

 

잘 뜯어보면, 준비물을 가져오라는 훈계지만, 진짜 집으로 보낼지 의문스러운 협박입니다. 그냥 “내일은 꼭 준비물을 가져 오렴”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될 문제였으면, 왜 조건문을 달았겠습니까.

사소한 것들에도 습관적으로 ‘만약에’, ‘그렇지 않으면’과 같은 말을 넣게 되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서로 합의하면 대부분의 경우는 해결됩니다.

 

“내일은 꼭 준비물을 가져와야 한다. 알림장에는 적었지? 집에가서 알림장은 어떻게 한다고? 식탁위에 꺼내 놓는다! 따라해봐.”

“식탁위에 꺼내 놓는다!”

 

준비물을 가져오지 못한 원인에 대해 직접적으로 수정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과에 집중하면 또 다시 문제는 반복되게 마련입니다. 조건문을 다는 것은 정말 주의하셔야 합니다.

일상의 모든 것을 지금 바로 – 일기쓰기

누구나 경험하셨지만, 일기를 하루 중 정해진 시각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 쓰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이런 습관이 익숙한 아이들도 많습니다) 나에게도 어려운 일을 아이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 하루 종일 책상 위에 일기장을 펼쳐놓고 하루의 일과를 낙서처럼 기록하도록 하였습니다.

친구가 내 일기장에 한 줄 써주기도 하고, 선생님의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을 적기도 하고, 수학 공책을 깜빡 잊고 두고왔을 때에는 수학 문제를 풀기도 하고, 생각도 적고, 동시도 적고…

하루하루 이렇게 낙서처럼 적어나간 일기장이 어느새 두툼해지자 아이들이 너무나 기뻐합니다. 다 쓴 일기장은 이어붙여서 일 년이 지나면 두툼한 책이 됩니다.

손으로만 쓰지 말고 무엇이든 기념이 될만한 것을 붙여보라 했더니, 영화관에 다녀온 날엔 영화 티켓을 붙여놓고, 음식점 넵킨을 붙여놓기도 합니다. 실잠자리를 잡아서 넓은 테잎으로 코팅하듯 붙여놓은 친구도 있었는데……. 꽃잎도, 나뭇잎도.

습관이 붙기 시작하면 완성된 몇 문장 이상 쓰도록 합니다. 새로운 내용을 쓰지말고, 낙서를 정리하거나 붙여놓은 것에 대한 설명을 달도록 했습니다. 그림을 그린 날에는 그림일기가 되었죠. 오늘 공부한 읽기 책의 내용 일부를 옮겨적거나 짜임새가 훌륭한 글은 전체를 옮겨적기도 합니다. (당연히, 글씨는 바르게)

이런 습관은 하루에 집중된 수업을 일주일이나 보름 정도의 장기 프로젝트로 늘리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어떤 일이 있었지? 라는 친구들끼리의 물음도 일기장을 펼쳐보며 언제였다며 대답해주고, 이런 일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 자체로 긴 시간을 내다보거나 돌아보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죠.

독서록, NIE, 평화일기 모두 일기장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독서일기는 모서리에 독서 스탬프를 찍었고, 평화일기는 비둘기 스탬프를 찍었습니다. 일기는 쓰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쓰다보면 일기가 됩니다.

조금 더 예쁘게 만들어 보렴.

수업 중 활동이 진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아이가 손을 들고 이렇게 외칩니다.  

“선생님! 다했는데, 이제 뭐해요?”

번개같이 마친 아이. ‘벌써 다했니? 선생님이 먼저 한 번 볼까?’ 하며 아이 근처로 다가섰을 때, 저 멀리 보이는 연필로 대충 그린 졸라맨 캐릭터, 또는 책에 답만 적혀있고 책상 위에 여기저기 낙서된 수학 책상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공부는 다음의 습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정성을 다하고 나의 능력을 최대한 쏟아 내어 완성하려 노력하고 땀을 흘려 자기 자신에게 고마움을 느끼도록 하는 활동이면서 주위 친구들과 숨소리와 연필소리를 나누며 상호 배우고 발전하는 과정

해야 할 것을 빨리 마치고 스위치를 끈 아이.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답은 맞았고, 빈 칸에 목적에 맞는 그림은 그렸고, 적어야 할 곳에 정확히 자신의 생각을 적긴 적었지만, 과연 그것이 충분한 활동일지 고민해 볼 이야기입니다.

한 아이가 먼저 끝냈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의 마음은 본의 아니게 조급해질 겁니다. 더 생각이 필요한 아이들은 자신이 뒤쳐졌다 생각할지도 모르고, 주변 친구들은 벌써 기웃기웃하며 그 아이의 그저 그런 결과물을 보고 하향평준화 하기 시작합니다.

꾸중하기도 그렇고, 어딘가 그 아이는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원하거나 자신의 완성에 대해 인정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을 터이니, 처음 몇 번은 “색을 칠해보렴”, “통통한 몸이 좋겠네, 추워 보인다” 면서 보다 노력이 필요함을 간접적으로 알려주지만, 번개같이 지그재그로 몇 번 칠하는 시늉만 하고는 다됐다며 보채기를 반복합니다.

수업 중 활동은 ‘네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야 함’을 분명히 해주어야 하고, ‘무언가 위험하거나 긴급한 것이 아니라면, 선생님을 큰 소리로 여러 차례 부르거나 혼자 다 되었다면서 다른 친구를 조급하게 하는 것은 예절 바르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을 이해시킬 필요도 있습니다.

말로 설명하기를 좋아한다면, 소곤소곤 목소리로 설명을 연습하게 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졸라맨을 그려놓고 ‘전 그림 원래 못그려요’, ‘더 이상 못하겠어요’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충분한 시간을 줄게요.

창의성, 창의지성, 창의… 어디나 ‘창의’라는 말이 많이 사용됩니다.

다각적인 문제해결력을 의미하는 건지, 기발한 아이디어 생산을 말하는 건지, 엉뚱한 천재성을 바라는 건지, 모두를 말하는 건지는 아직도 감을 잡을 수 없지만, 여러 정책들을 종합해 교집합을 찾아보면, 수업 중에서는 문제 해결력 쪽에 무게가 실리는 듯 생각됩니다.

그런데, 창의성을 이야기할 때 많은 경우에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입니다. 창의적으로 생각하라며 문제를 여기저기 던져놓고, 이제 좀 감을 잡으려는데

“이제 그만하고 여기를 보세요.”

하는 것이 반복되면, 누구라도 더 이상 생각하기 싫어질 겁니다.

창의력이 발휘되려면 제대로 통제된 상황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찾아가는 과정도 필요하고, 찾은 듯한 기분을 느끼며 검증할 시간도 필요하고, 검증했어도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보고, 친구의 생각과 비교해 발전시키는 과정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데, 그런 과정들을 건너뛰고 답만 내놓으라는 시도 자체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주어진 복잡한 상황을 탈출할 문제해결방법 찾기를 바라는 건지, 지식을 상기하여 빠르게 상황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상황에 도전하는 것을 바라는 건지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고, 명확한 기준에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모든 창의적 활동은 ‘충분한 시간’과 ‘명확한 방향’이 필요합니다.

이런 밸런스가 맞지 않게 되면, 너무 충분한 시간과 단답형 방향 설정은 교실 전체의 소란을, 충분한 시간과 복잡한 방향설정은 예상치 못한 엉뚱한 결과물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결과를 만들어낼 겁니다.

바르게 글씨 쓰는 습관

글씨는 나만 알아보면 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알아볼 수 있어야 하고, 그 속에는 나의 정성이 들어가야 합니다. 손가락 끝부터 손목, 팔에 이르는 세세한 근육을 사용하면서 그려내는 그림으로서의 글씨의 의미도 있겠지만, 획과 획의 간격, 세로와 가로를 잇는 동안 ‘기다림’, ‘세기’, ‘흐름’과 같은 의미를 수련하게 됩니다.

자음에서 모음으로 넘어갈 때, 짧은 순간을 참아내지 못하면 획이 달라붙어 버립니다. 자음에서 가로획으로 시작하는 모음으로 넘어갈 때도 힘을 주어 충분히 뻗어내지 못하면 균형을 잃고 비틀비틀 세로 글자가 되어 버리게 됩니다.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이 내공 수련의 하나로 서예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컴퓨터와 워드프로세서가 발달한 세상일수록 글씨는 더욱 중요한 나의 표현 방법입니다. 어린 시절 터득하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 열 배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바로 글씨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더욱 가슴 아픈(?) 일은 아이들은 ‘교사’의 글씨체를 그대로 모방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학년을 마칠 즈음 아이들 일기장의 글씨체를 우연히 보다가 저만의 특이한 획을 그대로 흉내 내어 그 아이의 글씨체가 되어버린 것을 보고 너무나 놀랐습니다.

쉬는 시간과 아침 시간에 글씨를 쓰게 합니다. 처음엔 제가 만든 학습지로 글을 쓰게 했고, 지금은 별도의 글씨체 연습본이나 펜글씨 교본을 구입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 > 한국글꼴개발연구원 > 자료실

http://www.sejongkorea.org/

 

주의하실 점은 글씨체 학습지를 만드실 때는 절대로 신명조 같은 활자체를 사용하지 마시고,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개발하여 공개한 손글씨 정자체인 ‘문체부 쓰기 정체’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활자용 서체는 손글씨와 맞지 않아 따라서 쓰기도 힘들고 예쁘지 않습니다.

청소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아요.

< 빗자루로 바닥 쓸기 >

아이들이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시면, 빗자루를 반대로 쥐거나 눈에 보이는 휴지만 군데군데 쓸고 끝내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흙먼지가 있는 공간도 빗자루로 쓸어내야 교실이 깨끗해 집니다. 수학적으로(?) 보자면, 빗자루 질은 넓은 평면을 가장 효율적으로 색칠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선생님들은 어떻게 청소하시나요?”

아이들과 모두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볼만한 과제입니다.

 

< 자루걸레로 바닥 닦기 >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난 뒤에는, 자루걸레로 바닥을 닦습니다. 넓은 면적을 물로 색칠하는 놀이 같지만, 빗자루가 쓸어내지 못한 먼지를 닦아내는 과정이고, 얼룩을 지워야 하는 과제입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슥 슥 붓으로 칠하듯이 물을 바르고는 끝냅니다.

 

< 손걸레로 책상 닦기 >

손걸레를 구깃구깃 구겨서 주먹으로 움켜쥔 다음 두어번 동그라미를 그린 뒤, 다시 빨러 갑니다. 손에 맞게 접어 닦고, 다시 개어서 반대편으로 닦고, 뒤집어 닦으면 교실 전체의 책상을 닦을 수 있지만, 걸레를 꼭 짤 힘도 없어 물 뚝뚝 흘리면서 서너 번 왔다갔다 합니다. 힘들어 하죠. 걸레를 접어 닦다보면 어떤 수학적 생각이 떠오를까요?

 

< 준비물 옮기기 >

간혹 개수가 많은 준비물을 옮겨야 하거나 쌓을 때가 있습니다. 개미처럼 한 사람이 들 수 있는 양을 들어 왕복하며 옮길 수도 있겠지만, 서로 오가면서 부딪히고 장난하고 참여하지 않고 무거우니 조금씩 들고 왔다갔다 하다보면, 티격태격하기 일쑤죠. 이럴 땐, 서로 간격을 두고 서서 옆 사람에게 옮겨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몇 명이 필요할지, 얼마의 간격으로 서야할지 고민해 볼 수 있을테구요.

 

이 밖에도 분리수거, 분류하여 정돈하기 등 어떤 사소한 활동이라도 시작하기 전에 짧은 시간을 가지면서 아이들과 방법을 생각해 보면, 의외로 답을 금방 찾아내고, 서로 배우고 깨달아서 매우 즐겁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분업의 개념과 순서, 효율성 모두를 수업시간 밖에서 체득하게 되는 훌륭한 활동이 됩니다.

당연히 해야지요.

“선생님, 교과서 꺼내요?”

“이거 꼭, 해야 해요?”

“안하면, 안돼요?”

“안 가져오면 안돼요?”

교사뿐만 아니라 친구들까지 기운을 한 번에 빼버리는 물음 1순위가 아닌가 싶습니다. 질문이라기보다 칭얼거림 쯤 되겠습니다. 습관적인 친구들도 있지요.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인식도 필요합니다. 꾸준히 해 왔던 것들이나 모두가 해야 하는 것들은 특히나 그렇습니다. 매번 답하다보면, “응, 그래”, “응, 그렇고 말고”, “네, 당연하지요”…가 습관이 되어버립니다.

학기 초에 당연히 해야 할 것들에 대한 규칙을 마련해 두시면 좋습니다. 자치활동을 통해 선생님이 사회자가 되어 토의해서 붙이는 메모지에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을 찾아 중복된 것을 빼고, 게시판이 붙여 정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만, “제가 오늘은 ~사정 때문에 시간이 되지 않아요. 하루만 더 시간을 주세요.” 또는 “모레까지 해오면 안될까요?”라는 요청은 단순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므로 망설이지 마시고 한 번에 ‘좋아’라고 적극 수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 스스로 시간을 정해 활동하겠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고, 과제의 경우에는 적어도 사흘 정도는 여유를 주셔야 아이들이 시간 계획을 세우는 힘이 길러집니다. 대개 이런 요청을 하는 아이들은 반드시 해옵니다. 수학-수학익힘책 과제 같은 경우에는 그날 그날 과제를 해오는 것이 좋겠지만, 다른 활동과 겹치면 힘들어합니다. 여유를 주시거나 가능하면 수업시간에 풀도록 하시는게 가장 좋겠습니다. (고학년은 공부할 내용이 너무 많아서)

아이들에게 장기적인 협동 프로젝트는 매우 짜릿하고 즐거움을 줍니다. 목표설정과 계획하여 실천한 뒤에 이루는 성취감은 정말 대단한 경험입니다. 이런 활동에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자신감 없는 망설임이나 할지/말지를 걱정하는 좋지 못한 습관이 사라져야만 가능해집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교육 활동과 모두가 함께하는 과제는 할지/말지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시켜주실 필요가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당연히 해야 할 것에 대해서는 과도한 칭찬이 필요 없습니다. ‘모두 다 해왔구나!’라는 칭찬은 ‘우리는 할 수 있어’라는 가능성보다 ‘(우리는 원래 안해오는 반인데) 어쩌다 한 번 다 해왔네?’라는 내포된 뜻이 전달될 우려가 있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열심히 한 아이에게 ‘강화’의 차원에서 ‘열심히 노력했구나, 힘들었지?’와 같은 격려를 위한 칭찬이 좋겠습니다.

우리, 급식은 남기지 말고 골고루 먹도록 해요.

‘교육적’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비교육적이다, 교육적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들은 최소한 ‘교육적’이어야 한다는데 동의하실 겁니다. 학급 경영과 수업에 있어서 교육적이라는 것의 목표는 어느 정도까지는 정해져 있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하고 가치화하는 역할은 교사의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예로 학교에서 급식이라는 활동은 아이들의 형이상학적 생각에서 벗어나 원초적 본능(?)을 자극시켜 이루어낼 수 있는 훌륭한 교육 활동입니다. 저의 경우 학급 경영에서 급식은 매우 중요한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밥상 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부각될 정도로 학교 급식에서 가르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는데요. 나름대로 급식이라는 환상적인 작은 활동 속에서 여러 교육적인 요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1. 음식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지 생각하기
  2. 여러 종류의 반찬을 골고루 먹는 과정에서 맛을 더 좋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3. 우리들이 좋아하는 인스턴트 음식을 찾아보고 건강한 식습관을 생각해보기
  4. 싫어하는 김치와 나물들이 성장에 필요한 우리 몸에 영양소를 제공한다는 사실 찾기

 

여기에 더하여

 

  1. 내가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또는 공부하면서 좋아하는 것만 찾고, 싫어하는 것은 무조건 버리려는 습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
  2.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맛을 찾아내고 내 친구들과 어울림에 대해 생각해보기

 

어느 날 학급 경영에서 너무나 많은 교사의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드는 친구들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반찬을 꽤 심각하게 가려먹고, 특정한 메뉴의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다며 거부감을 보이며 인스턴트 메뉴는 더 받으려고 친구들의 것을 노리거나 꼼수(?)를 부리는 아이들의 성향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모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교우 관계나 학습 활동에서 좋아하는 친구와 선호하는(자신이 잘 할 수 있는) 활동에만 집중력을 발휘하였고, 궁금하지 않거나 조금 힘든 내용은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영양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체력부족과 성장 발육의 문제는 둘째치고, 이런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군것질을 (몰래) 하거나 군것질 거리를 친구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성향도 습관적으로 보여졌습니다. 식습관 하나가 발전하여 학교생활의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치더군요.

그래서 급식을 남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습니다.

 

  • 오늘 나온 반찬은 한 가지씩 골고루
  • 밥의 양에 비례해 적절히
  • 많이 먹고 싶을 땐, 일단 정량을 받고 뒤에 다시 받기 (일부러 뒤에 줄서서 싫어하는 반찬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못하게)
  • 국은 건더기만 먹어도 됨

 

당연히 점심시간이 다 끝나도록 반찬 두어 가지와 씨름을 하고, 칭얼대고 징징거리고, 친구에게 대신 먹어달라고 하고, 입에 물고 화장실에서 뱉고, 제가 밥을 먹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순간 잔반통에 버리고. 난리도 아닙니다. 편식 습관을 고치는 것이 집에서도 고쳐지지 않는데, 어찌 학교에서 되겠습니까.

원래, 습관 고치는 건 오랜 인내와 끊임없는 관심뿐인지라, 다섯 수저만 먹어, 두 개만 먹어, 오늘은 세 개야.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세 달 고생해서 급식을 먹도록 합니다.

 

무조건 먹으라 한다고 해서 먹지는 않습니다.

위의 활동 (1)~(4)는 수업 시간과 다양한 활동으로 여러 차례 경험하게 됩니다. (5)~(6)은 급식시간 전이나 자치활동에서 한 번 쯤 다뤄주어야 할 활동 주제입니다. 좋아하는 반찬을 먼저 입에 넣고, 싫어하는 반찬을 더 넣어 맛을 합쳐보게 한다거나, 반찬 먹는 순서를 바꾸어 맨 마지막에 좋아하는 반찬을 먹도록 하는 제안을 함께 해봅니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편식 아이들의 성격적인 문제와 행동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그런데, 효과를 거두는데 있어서 교사 자신이 편식하지 않는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따라서’ 배우게 된 영향도 크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가리지 말고 골고루, 받을 만큼 받고, 남기지 않는 습관은 ‘교사’에게도 필요한 ‘본보기’ 교육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