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어? 안했어? – 교사의 언어습관

교사로서 아이들에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 마다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너무나 힘듭니다.

친밀감이 충분히 형성되어 교사의 언어 습관이 아이들에게 순화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언어 습관이 그대로 복사되어 아이들의 대화 습관이 됩니다.

 

“그랬어? 안그랬어?”

“왜 그래? 어? 어?”

“그랬구나, 그래서 어땠는데?”

“그렇다면,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겠네?”

“그럴 리가, 정말 그랬단 말이니?”

“선생님한테 거짓말 하지마, 네가 정말 그랬다고?”

 

아이들의 언어 모방 능력은 정말 무시무시할 때가 많습니다. 두 돌이 안된 아기도 부모의 억양이나 단어를 따라하면서 배우기 시작하는데 신통하면서도 반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습관적으로 고급 어휘를 구사해야만 하는 팔자(?)입니다. 한자어가 섞인 어렵고 잘 사용하지 않는 말들을 사용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만,

 

대화에서도 가급적 문장을 완성하고

말끝을 흐리지 말고 명확하게 하고

학습에 필요한 어려운 낱말은 풀이해 주고 (칠판 기록)

긍정적인 단어를 주로 사용하고 (~말고 대신 ~하고)

같은 뜻의 낱말이라도 학년 수준에 맞는 교과서에 나오는 낱말로

동음이의어는 강약과 장단을 따지고 한자를 풀어주는 등

 

수준 높은 어휘는 아이들의 언어 습관을 바꿔줍니다. 대중매체와 인터넷에 과다 노출된 요새 아이들은 길게 말하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아, 단어와 억양으로 대화하다가 답답하면 욕설을 섞어서 대화해서 모두들 고민이 많은 시절입니다. 이럴 때, 교사의 지속적인 완성된 문장과 고급 어휘 사용을 경험하게 되면 학기가 마무리될 즈음에 자신의 생각을 풍부하게 말할 수 있는 상태로 진화시킬 수 있는 열쇠가 됩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보자…

아이들이 학교에 도착해서 집에 갈 때까지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이 시작됩니다. 친구와 교사 간의 사소한 질문과 대답이 오고가며 대화가 되고, 놀이가 되고, 수업이 됩니다.

창의적인 발문 기법을 돕는 여러 이론들의 기본은 질문과 대답의 기본 개념은 내가 한 질문에 대한 성의 있고 올바른 대답을 반드시 들어야겠다는 무시무시한 목적이 아니라, 내 생각과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고 상대의 메아리를 듣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라 생각됩니다. 질문과 대답은 반드시 쌍으로 돌아옵니다. 질문이 후덕하면 대답도 후덕하고, 질문이 매서우면 대답도 매섭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발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훈련하여 우아하게 첫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만, 아이들과 마주한 현실에서는 질문을 던지는 입장인 교사가 아무리 멋진 질문을 생각해내어 우아하게 던지더라도 대부분 돌아오는 메아리 소리에 이성을 잃거나 흥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과 메아리 모두 우아했지만, 메아리 속에 섞인 원인 모를 단어들이 교사의 대뇌 전두엽을 자극하는 경우와 메아리 자체가 없을 때, 2차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 됩니다.

답이 여럿 나올 수 있는 질문인데도 “틀렸어요!”라고 깔끔하게 결론을 내려주시는 분이나, 지나간 질문의 대답을 하는 아이에게 “너 또 선생님 말씀 안 듣고 딴 짓했지?”하며 쏘아 붙이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이름을 불러주며) 철수! 기발한 생각인데?”

“그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일단 칠판에 적고. 다음?”

“이러저러한 것이 이렇다는 말이지?” (비록 빗나갔지만, 정답을 말한 듯 재정리하며)

 

질문의 범위가 너무 넓었기 때문에 대답이 우아하지 못했다면,

 

“좋아, 조금 더 범위를 좁혀보세요.”

“아쉽지만, 조금 빗나갔는데?”

“그것도 답이 될 수 있겠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때로는 웅성대는 와중에서 아무도 정답을 내지 않았지만, 마치 누군가 말한 것 처럼 슬쩍~

 

“그래, ooo 한다고? 좋아~ 가까이 가고 있어! (저는 이걸 환청신공?이라고 부릅니다)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부끄러워 말고 정정해 주세요.

 

“좋아, 질문을 조금 자세히 해 줄게요”

“(천연덕스럽게) 자, 그럼 이제 두 번째 힌트!”

 

갑자기 튀어나온 선행학습자의 분위기 깨는 대답의 경우,

 

“그래? 그건 아직 모르겠는데? 조금 뒤에 생각해보자.”

“혹시, 다음 장을 넘겨본 건 아니겠지? 한 계단씩 갑시다.”

 

간혹 이런 대답 같은 질문도 등장합니다.

 

“선생님, 점심시간인데요!”

“밥, 안 먹어요?”

 

위와 같은 엉뚱한 대답이 나올 땐, 아직 3월 첫 주겠지요. 습관 자체를 고쳐야 하거나, 그냥 재미로 이야기한 경우입니다. “남을 웃기는 방식은 여럿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말로 열심히 수업을 듣는 여러 친구들을 배려하지 않고, 앞의 선생님을 무시하는 행동은 전혀 즐겁지도 않고, 세련되지도 않아요. 선생님이 너희를 존중하는 만큼 서로 존중해 주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무섭게 쏘아 붙이면, 고쳐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