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급식은 남기지 말고 골고루 먹도록 해요.

‘교육적’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비교육적이다, 교육적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들은 최소한 ‘교육적’이어야 한다는데 동의하실 겁니다. 학급 경영과 수업에 있어서 교육적이라는 것의 목표는 어느 정도까지는 정해져 있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하고 가치화하는 역할은 교사의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예로 학교에서 급식이라는 활동은 아이들의 형이상학적 생각에서 벗어나 원초적 본능(?)을 자극시켜 이루어낼 수 있는 훌륭한 교육 활동입니다. 저의 경우 학급 경영에서 급식은 매우 중요한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밥상 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부각될 정도로 학교 급식에서 가르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는데요. 나름대로 급식이라는 환상적인 작은 활동 속에서 여러 교육적인 요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1. 음식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지 생각하기
  2. 여러 종류의 반찬을 골고루 먹는 과정에서 맛을 더 좋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3. 우리들이 좋아하는 인스턴트 음식을 찾아보고 건강한 식습관을 생각해보기
  4. 싫어하는 김치와 나물들이 성장에 필요한 우리 몸에 영양소를 제공한다는 사실 찾기

 

여기에 더하여

 

  1. 내가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또는 공부하면서 좋아하는 것만 찾고, 싫어하는 것은 무조건 버리려는 습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
  2.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맛을 찾아내고 내 친구들과 어울림에 대해 생각해보기

 

어느 날 학급 경영에서 너무나 많은 교사의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드는 친구들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반찬을 꽤 심각하게 가려먹고, 특정한 메뉴의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다며 거부감을 보이며 인스턴트 메뉴는 더 받으려고 친구들의 것을 노리거나 꼼수(?)를 부리는 아이들의 성향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모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교우 관계나 학습 활동에서 좋아하는 친구와 선호하는(자신이 잘 할 수 있는) 활동에만 집중력을 발휘하였고, 궁금하지 않거나 조금 힘든 내용은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영양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체력부족과 성장 발육의 문제는 둘째치고, 이런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군것질을 (몰래) 하거나 군것질 거리를 친구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성향도 습관적으로 보여졌습니다. 식습관 하나가 발전하여 학교생활의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치더군요.

그래서 급식을 남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습니다.

 

  • 오늘 나온 반찬은 한 가지씩 골고루
  • 밥의 양에 비례해 적절히
  • 많이 먹고 싶을 땐, 일단 정량을 받고 뒤에 다시 받기 (일부러 뒤에 줄서서 싫어하는 반찬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못하게)
  • 국은 건더기만 먹어도 됨

 

당연히 점심시간이 다 끝나도록 반찬 두어 가지와 씨름을 하고, 칭얼대고 징징거리고, 친구에게 대신 먹어달라고 하고, 입에 물고 화장실에서 뱉고, 제가 밥을 먹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순간 잔반통에 버리고. 난리도 아닙니다. 편식 습관을 고치는 것이 집에서도 고쳐지지 않는데, 어찌 학교에서 되겠습니까.

원래, 습관 고치는 건 오랜 인내와 끊임없는 관심뿐인지라, 다섯 수저만 먹어, 두 개만 먹어, 오늘은 세 개야.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세 달 고생해서 급식을 먹도록 합니다.

 

무조건 먹으라 한다고 해서 먹지는 않습니다.

위의 활동 (1)~(4)는 수업 시간과 다양한 활동으로 여러 차례 경험하게 됩니다. (5)~(6)은 급식시간 전이나 자치활동에서 한 번 쯤 다뤄주어야 할 활동 주제입니다. 좋아하는 반찬을 먼저 입에 넣고, 싫어하는 반찬을 더 넣어 맛을 합쳐보게 한다거나, 반찬 먹는 순서를 바꾸어 맨 마지막에 좋아하는 반찬을 먹도록 하는 제안을 함께 해봅니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편식 아이들의 성격적인 문제와 행동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그런데, 효과를 거두는데 있어서 교사 자신이 편식하지 않는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따라서’ 배우게 된 영향도 크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가리지 말고 골고루, 받을 만큼 받고, 남기지 않는 습관은 ‘교사’에게도 필요한 ‘본보기’ 교육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