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영자의 마인드와 버림의 에너지

워낙 속이 깊은 사람이기에 ‘대두샘’을 내가 잘 안다고 보기 어렵지만, 초기 슈퍼영웅개발자였던 나와 참으로 많은 의견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대두샘의 서버를 직접 관리하고, 웹서비스를 개발하게 되면서 대두샘은 경영자의 입장이 되었고, 나는 개발자의 입장이 되었다.

내가 처음 인디스쿨에 발을 들여놓을 때, ‘절대로 경영에 손대지 않겠다’며 순전히 기술지원에만 참여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시스템관리자가 경영에까지 손대면 엄청난 권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전면으로 나서지 않고 대두샘과 운영진의 니즈needs에만 집중하면서 ‘음지’를 지향했다.

사실, 나 혼자 운영체제의 설치, 보안, 백업, 위기관리, 데이터베이스, 웹서비스 전반을 모두 커버하고 있었으니… 대두샘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 놓더라도 ‘바빠서 못합니다’라는 말 한 마디는 경영자의 의지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었다. 불행히도(?) 난 기술에 대해 무모한(?) 자신감으로 거절하지 않았고,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직접 개발해서 구현하려고 하였다.

초반에는 대두샘, 운영진, 맥노턴(나) 뿐인 신생 벤처 규모였으니까.

대두샘은 참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다. 인디스쿨을 떠난 지금도 꿍꿍이가 가득할 텐데… 풀지 못하면 병이 될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종종 든다.

아이디어가 많고, 하고자 하는 의지와 추진력은 강했지만… 아이디어의 현실화 단계에서 부족했던 전체프로세스설계와 시간배분, 사회공학에 대해서 조언하다 보니 남들이 봤을 땐, 살벌한 격론이었겠지만 발전적인 의견 교환 쯤?

초반에는 ‘창조주’인 대두샘의 의견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서비스에 신경 쓸 겨를 없이 늘어나는 사용자와 서버의 한계, 전용선과 디스크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전념하였기에 의견 충돌이 일어날 부분은 크게 없었다. 시스템이 문제 없이 잘 돌아가면 내 역할이 끝났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은 대두샘의 역할이었으니까…

2005년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메인 페이지의 디자인을 바꾸고 싶은데, 대두샘은 본인의 의지로 싹 뜯어 고치기를 원했고, 나는 빈도를 분석하고 정보디자인을 고려하고, 당시 디자이너였던 닉네임 요술콩 ‘최선주’선생님과의 의견을 공유하는 단계 전반을 고려해서 뜯어 고치기를 원했다.

결국, 대두샘이 전격적으로 페이지 디자인을 바꾸고 리뉴얼을 했고, 난 뭐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갔고, 웹디자이너 요술콩이 조금 섭섭해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MSN으로 대두샘을 만나면, 저녁 9시에 시작해서 새벽 2~3시까지 ‘채팅’으로 인디스쿨 운영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방법을 제시하면서 토론이 이루어졌다.

대두샘은 작은 아이디어를 빨리 구현하기를 바랬고, 나는 그것을 수정하고 세련되게 바꾸어 크고 완벽하게 천천히 추진하기를 주장하는 바람에 설득과 논쟁이 끊임없이 발생했지만, 토론이 진행될수록 본인의 의견을 기꺼이 수정하여 항상 개발자인 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었다. 물론, 결과는 작은 일을 내가 크게 벌이고 결국 내가 수습하는 형세로 마무리 되었지만.

대표운영자로서 자신이 만든 사이트이니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할 수 있었음에도, 개발자와의 허심탄회한 토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향을 잡아 나갔다는 사실. 바로 경영자(관리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참 존경스러운 경영자였다.

규모가 커지고, 개발팀에서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도 대두샘은 늘 겸손하게 더 나은 의견을 수렴하는 경영자였다. 또한, 자신의 몸과 같았던 인디스쿨을 다른 운영자에게 남겨주고 일말의 미련 없이 소탈하고 깔끔하게 떠난 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그 이후, 인디스쿨을 물려받은 2기 대표운영자는 대두샘의 관여없이 인디스쿨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과감히 개선해나가기 시작했고, 예전과 다른 방향에서의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으며, 회원은 급증했고, 서버는 폭주하고… 시스템 담당자인 나는 또 밤새고… ㅠㅠ;

결국, 대두샘의 수용적이고 합리적인 경영마인드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과감한 버림이 인디스쿨의 발전에 새로운 에너지이자 기회가 되었다는 사실. (대두샘 말년에 발전이 정체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새로운 시스템으로 시작하면서 방향 전환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포인트다)

대기업의 회장 ‘이’ 모씨도 갖추지 못한 경영자의 마인드가 아니었나 싶다.

 

매노턴.

글쓴이: 맥노턴

초등교사커뮤니티 '인디스쿨' 대표